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

누가 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보고 싶어 열어놨어요.

2018년 9월 4일 화요일 / 허비씨의 일기

허비
2018-09-04
조회수 1555


결국은 체기가 올라왔다.

왠지 그럴 것 같아서 소화제를 미리 먹고 잠을 잤다. 그러나 깜빡했다. 알람을 맞춰 놓지 않았다. 낮잠에 들었다. 아마 몸이 좀 고됬나 보다.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시간을 보니 이미 20분쯤 늦어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번호의 부재중 전화가 한통 와 있었다. 부랴부랴 상황을 설명을 하고 다시 수업을 들으러 갔지만, 너무 놀랐는지 다시 위가 뒤집혔다. 헛구역질이 절로 나왔다.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 잠깐 나와 노란색 집 데크에 걸터앉았다. 맞은편에는 절이 하나 보였다. 그 절에서 스님 같아 보이는 남자분이 나오셨다. 나도 모르게 스님께 가서 손을 따 달라고 청했다. 왠지 스님은 손을 잘 따실 것 같았다. 감사했다. 인사를 마치고 나왔다. 다리가 부러진 까치라도 된 심정이랄까…

다음에 집에서 가져온 국화차라도 좀 가져다 드릴까 싶다. 그렇게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수업에 참여했다. 아프더라도 꼭 듣고 싶은 재미난 수업이었다. 먹은 것이 얹혔으니 좀 걸어볼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조원들과 함께 나선 길에서 15개월된 하얗고 애교 많은 강아지도 만났다. 사람 손을 좋아하는 왠지 좀 심심해 보이는 강아지였다. 오거리파가 주둔한다는 오거리를 지나서 한약방쯤 까지 왔을 때 다시 많이 아프게 되었다. 식은땀이 났다. 일화씨에게 더 이상은 같이 걷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카드도 빌렸다. 옆에 보이는 한의원에 곧장 들어갔다. 뭐 보나마나 스트레스성. 내 그럴 줄은 알았다. 

아무도 없었던 한의원에서 느긋하게 온찜질을 했다. 침과 뜸도 맞았는데 너무 긴장이 되어서 입술이 바짝 말랐다. 스트레스라…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더 놀고 싶은데 체력이 안되니 이게 제일 스트레스일 것이다. 꼭 이렇게 온몸을 불사르면서 놀아야 하나? 꼭 나는 이렇게 아플 때까지 놀아야 쉴까?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생각했다.

쉴 수 있어야 쉴 것도 같은데, 쉴 수가 없다. 노느라. 일분 일초에 재미있는 일들이 재채기하듯이 생각나고 기록하느라 바쁘다. 이곳에 오게 된 지 얼마 안돼서 더 신났을까?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 마음은 조금 더 조급 해진다. 생각이 뻗치는 시기는 짧으니까. 익숙해지게 되면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지금 최대한 기록해 놓아야 이곳에서 하고싶은 일들을 차근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의 속도에 멀미가 난다. 배가 아파서 잠이 깼다. 한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내일은 내과에 가봐야 할 것 같다. 내과는 또 어디 있지?

마무리는, 날 위해 버섯죽을 끓여준 1조 요리사님이. 그런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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