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

누가 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보고 싶어 열어놨어요.

2주차 이야기

츤츤
2018-09-13
조회수 1889

잘 하려는 마음 VS 계속하려는 마음

괜찮아 마을이 벌써 2주차에 접어들었다. 첫 주 동안은 우선 쉬는 일정이 계속되었는데 그 기간동안에도 많은 분들이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었다. 누구는 요가를 가르치기도 했고 누군가는 계속 영상을 만들고 촬영을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술을 마시고 대화를 했다. 다들 새로운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신이 났었고 또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을 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몸에 탈이 나거나 정신적으로도 다소 지쳤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괜찮아 마을’ 운영진도 이를 파악하고는 긴급히 자치회의를 열어 함께 이야기를 했다. 조금은 여유롭게 일정이 조정되기도 했고 사람들도 조금씩 스스로를 추스리는 시간을 가졌다.

괜찮아 마을에 오자마자 받았던 상담에서 나는 에너지를 사채로 끌어다 썼다가 부도가 났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미 그 상태를 경험했었기 때문일까 처음부터 너무 에너지를 발산하고 다니는 태양과도 같은 사람들이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론 내게 없는 밝고 활기찬 모습을 지닌 그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니 참 안타까웠다. 지친 사람들이 휴식과 재충전 그리고 재도약을 위해 이렇게 멀리 목포까지 내려왔는데 다시 지쳐버렸다니 말이다. 습관이 되어버린 열심과 노력이 제대로 쉬는 방법조차 잊게 만든건 아닐지.

자신을 잘 파악하고 스스로의 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아는건 중요하다. 우리 모둠 사람들은 이걸 참 잘 알고 잘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의 속도를 알고 또 알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나는 지난달부터 매일 어떤일을 했는지 간단히 기록하고 하루의 평점을 매기며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괜찮아 마을에 온 뒤에는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매일 사진을 찍고 감정을 기록하고 있다. 셀카가 아니라 좀 어색한 사진이 나오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나를 제 3의 눈으로 보며 관찰하고 있다. 매일 사진을 찍으며 나를 정리하는 것도 좋은데 사진도 흑백사진으로 아주 분위기 있게 찍힌다. 그리고 나중에 전시를 열 수도 있다는 건 일종의 보너스이다. 사진을 잘 찍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하고 있다. 하루하루 빠짐없이. 

페이스북에서 팔로우를 해놓은 어떤 스타트업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했다는 충고가 떠올랐다. ‘잘 하려는 마음이 계속 하려는 마음보다 커지게 하지 마라.’ 잘 하려는 마음이 커지다보면 그 부담감이 계속하려는 마음을 잡아 먹는다. 계속하려는 마음이 다치지 않게 잘 하려는 마음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순간을 기억하기 (아름다웠거나 행복했거나)

목포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별것도 아닌 일에 활짝 웃기도 하고 시시껄렁한 농담도 하며 행복한 순간들을 그려가고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잊혀진다. 소중했던 순간들을 기억해보려 한다.


#별밤, 세월호

용호씨가 밤에 갑자기 야경 구경을 가자고 해서 용호씨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진주님, 종혁님과 함께 해안도로를 달려 불꺼진 목포대교를 지나 고하도 목포신항에 세워진 세월호를 보았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울타리에 달린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날리며 사르륵 사르륵 소리를 냈다. 그 리본들 사이로 저 멀리 세월호가 보였다. 올해 전라도 여행을 오려고 했었다. 그리고 세월호를 보려고 했었다. 목포에 살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이렇게 세월호를 보러오게될줄도 몰랐다.

별이 된 아이들이 밝게 빛나던 밤하늘이 외롭지 않게 산 위에 걸터앉은 초승달이 함께 빛나고 있었다. 이 찬란하게 아름답고도 슬프면서도 따뜻한 감정이 교차하는 풍경을 우리 네 사람만 느끼다니 아쉬웠다.


#하늘, 거리

목포야행 축제에 사물놀이로 참여하게 되어 유달산 언덕 위 예술센터에서 연습을 했다. 연습을 마치고 왔던 길이 아닌 발걸음이 내키는 대로 걸었다. 아름다운 골목들이, 상점들이 나타났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걷는 이 길, 한 걸음 한 걸음이 행복한 순간으로 뇌리에 박혔다. 완벽한 배경이 되어준 새털구름 낀 파아란 가을하늘, 아름다움을 탐색하며 천천히 걸어갈 줄 아는 여유 그리고 혼자 걸었다면 쓸쓸했을 수도 있을 빈 거리를 채워주는 사람. 모든게 완벽했던 그날의 오후.



#섬이랑노랑

외달도의 테마는 노란색이었다. 섬 마니아 세솔님이 노란 미니드레스에 밀집모자까지 예쁘게 차려입었기에 참 잘어울렸다. 이 날, 섬의 주인이자 주인공은 세솔님이었다.

(그나저나 왜 외달도 사진 콘테스트 결과 발표 안하냐능...)



#춘화살롱

머리가 길어 지저분해져서 미용실을 가야했다. 어디가 잘 깎는지 모르겠어서 고민하던 중에 가위도 있고 바리깡도 있고 보자기도 있고 거울도 있고 거기에 내 머리를 깎고 싶어하는 (헤어 아니고 그냥) 디자이너가 있어서(?!) 춘화당 앞 마당에서 머리를 깎아보았다. 세솔님이 약간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가은님과 상천님의 커버로 다행히도 머리를 잘 깎을 수 있었다. 이렇게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머리를 깎은건 처음이었다.

큰 소동이 있었던 다음날 아침에는 한나씨가 일화씨의 앞머리를 잘라주기도 했다.



#별이 된 우리

목포야행 축제에 사물놀이패로 참여한 후 케밥을 사들고 노적봉 정상에 올라 등불과 별빛이 빛나는 목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도 풍경 속 별이 되었다.



#고기파티

용호씨의 주선으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춘화당 앞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다. 노잼(지웅) 님의 후라이팬 초벌구이와 도자기 굽기로 다져진 숯불구이 실력의 김작가님의 콜라보 덕에 아주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모기가 좀 많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던 저녁식사.



#생일주간

생일을 잘 챙기지 않는 나였는데 여기선 무려 일주일동안 축하를 받았다. 마치 그동안 챙기지 않았던 생일 축하를 모두 몰아서 받는 듯 말이다. 아이스크림 케익, 미역국 등등 분에 넘치는 축하와 선물을 받았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준 모둠 사람들 그리고 괜찮아 마을 사람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외식

능소화 레스토랑 : 분위기 최고. 예약 필수.


쑥꿀레 : 핵꿀맛


쫀디기 튀김 : 춘화당 앞 용호씨의 펍 제 2막의 신 메뉴. 아주 맛있는 맥주안주 신메뉴! 신박하고 맛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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