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

누가 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보고 싶어 열어놨어요.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바람이 불어온다

겸댕이
2018-12-15
조회수 1481

                                                                                                                                 

    - 2018. 12. 08. 설경 속 선창풍경


# 깊은 밤. 


괜찮아마을 2기의 6주살이가 끝을 향해있다. 작은성공을 위해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주간에 이르러 문득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유투브에서 괜찮아마을 영상을 찾아보기도하고 마을 홈페이지에 와서 일기장도 엿보았다. 애틋함이 묻어나는 글과 사진들을 찬찬히 만났다.

바쁠수록 길을 돌아가라는 말처럼,,, 요 며칠간 사진전을 준비하려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흘린 시간을 잠깐 잊기로 하였다. 

영상에서 접하는 1기 주민들의 재미있고 애잔한, 주옥같은 멘트들이 비로소 귀에 익었던 깊은 밤. 처음엔 쉽게 스쳤던 이야기. 

내가 2기 주민으로써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면서 비로소 몸으로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맞이한  6주살이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 작은성공


냉랭한 쇳덩이가 마음을 짓누르는처럼 무겁고 살벌하게 작은성공 주간이 스미었다. 시간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생각보다 어렵고 머리아픈 과정을 하나씩

밟아갔다. '섬사진전' 을 준비하면서 그간 시선에 담아왔던 사진을 고르는 단계부터 힘겨웠다. 1000장에서 150장, 그리고 50여장의 작품(?)을 최종적으로 뽑기까지,,

열손꾸락 깨물어 안아픈 손꾸락 없다고,내 눈에 좋아뵈는, 내 맘에 쏙 들어뵈는 녀석들을 폴더와 휴지통으로 집어던짐시롱 죽였다 살리기를 반복하는 시간이

늘어질수록 지쳐갔다. 그런데 그렇게 머릿속이 멍해질즈음 생사여탈권을 쥐던 손이 생과 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너는 살고 또 너는 죽는다. 해탈이라고 하던가.

마음을 내려놓음은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는데서 이루어진다는걸 깨달았다. 이틀밤을 지새우고 아무 생각도 들고 나지 않을무렵에야,,,공허함으로 마음을 비워냈을때

에 이르러,,,자아가 타자가 되고서야.,, 시선이 던진 그 풍경에 애정을 주어서는 50장의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는걸 깨달았다. 


# 채움


제작비용을 고려하는 액자주문도 만만찮게 힘들었다. 멋진 디자인과 색채를 가진 놈으로 풍경을 담아낼지, 촌스럽지만 저렴한 놈으로 고를지 한나절동안 인터넷세계에

심신을 묻어다 고민하고 숙고하였다. 종국엔 계획했던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말았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괜찮아마을 덕분에 치르는 생애 첫 전시회를 기억

하고 싶어서 전자를 택했다. 한편 섬살이해오며 손에 익혔던 생활도구 몇 가지와 대를 잇는 어구, 소품들을 섬집 한 공간에 모으는 작업을 마쳤다.  한정된 공간에 액자를  걸고

 한정된 액자 사이의 자투리 공간에 소품을 집어넣는 가상세계에서의 작업을 시작했다. 빛이 드는 유리면에는 무엇을, 무겁고 어두운 면에는 어떤것을, 흰 페인트가 칠해진 공

간에는 거시기를...


3일간의 영화를 위해 하루를 금쪽같이 쓰고 있다. 


# 물때


사람들은 저마다 밥때를 챙겼고 상상을 했다. 컴퓨터나 노트북이 없어서 종이와 펜을 찾다가 섬집으로 향하기로했다. 물김수확이 한창인 바다에서 트롯트 메들리 소리가 요란

하게 퍼진다. 이따금 정원을 찾는 새들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물때표를 보니 오늘이 조금날이다. 들물과 썰물의 수차가 가장 적은 날.  그래서 바람이 불어도 잔잔하다. 고요한 

수면위의 풍경에 심신을 던져버리자며 한동안 멍하게 차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춘화당을 멀리하고 섬집을 가까이 하는 물때에. 점점 작게 보였던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여전

히 누구는 밥때를 챙기고 또 다른 누구는 노트북을 만지작이며 상상을 할텐데.  사람을 생각하다가 고요한 물때에 이른 그 바다에 시선을 다시 둔다.


이제 펜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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