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

누가 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보고 싶어 열어놨어요.

2018년 2월 19일 화요일

Hailey
2019-02-19
조회수 1659

안녕하세요? 주발입니당ㅎㅎ 여기에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결국 이렇게 뒤늦게서야 글을 씁니다.

요즘 저는 다들 알다시피 펀딩을 하고있고, 여전히 괜찮아마을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에요.

물론 일하다 보면, 괜찮다 말해주는 누군가가 없어 참 힘들기도 하고요.

그럴수록 그리워지는 당신들이 생각나는 밤이네요.

제가 힘들 때마다 보는 영화가 있어요. '파수꾼'이라는 영화인데, 글쎄 잘 모르겠어요. 왜 자꾸 보게 되는지는요.

볼 때마다 극 중 나오는 '기태'의 뒷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마음이 들곤 해요.

그때 쓴 글인데, 제가 쓴 글이 늘 부족하지만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제 글 중 하나에요.

앞으로도 살짝 살짝 제 글 올리면서, 일기를 쓰려해요. 제 글이 당신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말이에요.

앗 참고로 저는 글을 참 못써요. 그러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기태에게


너의 널찍한 등이 어느새 몰라보게 좁아보였고 한 없이 커보이던 네가 마지막엔 그 누구보다도 작아보였어. 차가운 바람에 미미해진 온도가 우리를 더 서럽고 처절하게 만들 때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네가 나를 안은 건지 내가 너를 안은 건지 모를 만큼 서로가 서로를 옭아맨 채로 나는 그저 가만히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어. 괜찮아, 너를 떠난 그들에게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어. 네가 내뱉는 말이 조금 더 부드럽고 예쁘게 말하는 법을 알려주고, 엇나간 표현의 방식을 되잡아주고, 그렇게 했다면. 그렇다면, 과연 너는 차디찬 세상에서 상처를 극복하고 따뜻한 체온을 온전히 그대로 느끼게 됐을까? 가지고 있는 불안함과 미성숙함을 모두가 알아주었을까?


나는 너에게 나를 투영시켜 바라보았어. 친구를 향한 어긋난 행동은 어느새 나를 추락시키는 시발점이 되었을 때까지, 단지 서툴렀단 이유 하나로 그들의 상처를 무시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어.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보는 것으로 위안을 얻던 미성숙한 시기의 내가. 누군가는 도려낼 수도 없는 상처에 영원히 자신을 스스로 후벼 파며 괴로워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어린 나는 몰랐단 이유로 그렇게 쉽게, 그리고 같은 이유로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그 누군가들에게. 우리는 참 모질고 악했으며 상대를 향한 교묘하게 약아빠지고 모난 구석뿐이었음을.


누구 하나 약도 발라주지 않아 낫다가 덧나다가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단단해지는 거라고 믿었어, 바보같이. 어느새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무던해지는 순간, 또 내가 누군가에게서 받는 상처가 아무렇지 않아지는 순간, 그때 나는 어른이 되는 거래. 어른은 그렇게 무서운 거라는 말에 다시 뒤돌아 도망치고 싶더라. 나이는 자꾸 먹어 가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어려지는 생각들은 그저 철없는 어른으로 치부될 뿐이라는 게 억울해서. 그런데 참 이상하지. 일찍 도망친 너를 향해 나는 그저 어려 그런 거라고 그러니 남에 대해 그리도 못되게 해 놓고 자기가 받는 작은 사건 하나에 그리 쉽게 도망칠 수 있었던 거라고 얘기했어. 정작 어른이 되기 무서워 도망치고 있는 내가 너는 그저 어려서 그랬던 거라고 말하다니. 참 모순됐다. 그치?


둥둥 떠다니며 갈 곳을 잃은 말들이 공기 속을 흐르다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 우리는 진심을 잃어버려. 우리가 속으로 눌러 삼켜 뱉지 못한 채 억지로 누르는 말들은 모나고 삐죽한 가시가 되어 흡수되지 않아 다시 누군가를 처참히 찌른다는 것을 몰랐기에. 진실을 모르는 이는 가볍게 던지는 말이라 비난하고 진심을 몰라준단 이유로 우리는 그들은 원망하고 반복되는 상황은 코너로 몰아 하염없이 나약하게 만들어 원인 모를 허무함은 어느새 깊은 몰락을, 그렇게 점점 잠식되어갔겠지. 우리는 얕은 수면에서도 빠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헤엄치는 어리석음 그 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단순히 너의 등을 보고 울음을 참지 못한 건 그 작은 등에서 뿜어져 나오던 모든 불안, 우울함을 짊어진 것 같아서 마치 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어. 눈빛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보여주지만 사람의 등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어야 함이 옳은데 어째선지 네가 가진 모든 감정을 어김없이 다 보여주는 기분이 들었거든. 참 잔인하게도 너는 떠나버렸고 깊이 잠에 들어버렸어. 조금만 더 버텨주었다면 네가 달라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너를 안아줄 수도 없고 너를 변화시킬 수도 그럴 힘도 없지만 이렇게라도 너를 위로하고 달래주고 싶었어. 너를 위로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위로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너와 내가 닮아있음을 느껴. 너에게, 아니 나에게 누군가 처절하리만큼 잔인한 진실과 현실을 알려주었다면, 우리는 과연 변할 수 있었을까. 이 잔인한 세상에 우리 몸을 눕힐 따뜻한 공간 하나 쯤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기태야. 너도 혹시 내가 위태롭게 느껴지니? 나를 조여 오는 숨통을 끊고 참았던 숨을 내뱉는 것으로 나는 너의 마지막을 지켜본다. 떠나는 너를 보며 그리고 살고자 용을 쓰며 남아있을 나를 보며, 우리는 서로를 향한 마지막 위안과 인사를.



고운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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