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었던, 모든 이야기

누가 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보고 싶어 열어놨어요.

첫 목욕탕 ♨️ 2018년 10월 24일 목요일

세용🐧
2019-10-25
조회수 1423


(사진 협찬 : 주원) 

 ♨️ 

하루의 시작을 여는 이른 아침의 목욕은 특별하다. 새벽에 일어나 아직 덜깨어난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어서오세요, (처음보는)이 예쁜 아가씨들은 어디서 왔어-? 

어서와요- 하시며 500원 깍아주셨다.


오랜만에 보는 아담한 사이즈의 욕탕 

이미 그곳엔 열여명의 할머님어머님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나도 그들 사이에 쏘옥 하고 끼어들었다. 


“김밥 먹어”

한 어머니가 호일에 쌓인 김밥 한줄을 손에 들고 탕으로 들어오신다. 

그것을 반으로 갈라 

아주 뜨거운탕 사람들 미지근탕 사람들은 

익숙한 듯 한 조각씩 입에 쏘옥 넣고 옆사람에게 돌린다. 

‘귀여우시네-.’ 나는 낯설기도한 그들의 모습을 호기로운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할머니가 들어오셨고 

한 십분 후, 직원 어머님께서


 “할머니가 가져오신 달걀을 삶아달라 하셨다고” 


접시 한가득 삶은 달걀과 김치를 들고 탕으로 배달해 주셨다.


‘오호- 탕에서..’ 


접시를 건네받은 어머니는 신속한 손놀림으로 하나하나 달걀을 까며 탕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전달하시는데,

그 다음에 받게 될 사람을 힐끗 쳐다보시는게 ‘좀만 기둘려’ 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도 팔을 뻗어 하나 건네주신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잘 먹을게요”

내 맞은편에 앉아계신 

달걀을 가져오신 할머니가 맛있게 드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목이 좀 맥히는 것 같아 김치를 주섬주섬 먹고있는데

“저기, 나도 김치 좀 줘” 하고 

요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혹시라도 김치국물이 탕에 떨어질까 조마조마하며 한손으로 들고 다른손으로 받치며 어머님께 김치를 배달했다. 

‘(아차) 접시채 드릴 걸 그랬나...?’ 0.1초간 생각했지만 이미 내 손에 들린 김치조각은 어머니의 손으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또 어느샌 또 다른 어머님이 돌리신 얼음 동동 띄어진 커피가 내 손에 들여있다. 

목포의 첫 목욕은 간식 나눔을 통해 현지 어머님들과 커넥션을 느낄 수 있었다-! 오예- 

낯설어도 괜찮아 : ) 

뭐든지 먹어도 오케이 하실 것 같은, 그런 안심이 되는 시간이어따-! 

조만간 또 와야지이- 

나날이 이 곳의 숨겨진 보물찾기로 내 삶이 풍요로워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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