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조창제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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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서 설거지를 할 때 식초와 소주, 그리고 주방세제를 1:1:1의 비율로 섞어서 사용을 한다. 하지만 지금 있는 곳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이니, 마냥 내 방식만을 고수할 수 없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건강과 환경'이라는 명분을 들어 구성원들을 설득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러한 욕구를 누른다. 철저하게 목적지향적이었던 내가 관계지향적인 모습을 조금은 가지게 되었음을 알려주는 증거란 생각도 든다.


우리가 흔히 쓰는 주방세제의 표준사용량은 물 1L에 세제 2ml다. 모든 주방세제의 용기에 적혀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활자중독이거나, 매뉴얼성애자거나, 환경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 작은 글씨들에 눈길을 주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제 사용시 표준사용량 이상을 쓴다. 세제, 꽤 독한데 말이다.


10~15명이 끼니를 함께 하다보니 설거지 양이 많다. 그래서 한 번에 두세 명이 맡게 되는데, 한 명은 수세미로 닦고, 한 명은 헹군다.(세 명일 땐 마른 천으로 닦는 사람이 추가된다.) 이 때 누구와 함께 설거지를 하느냐, 그리고 내가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세제 사용 정도가 달라진다. 그런데 며칠 전, 헹구미 역할을 하다가 내 마음에 드는 설거지 파트너를 만났다. 그 분이 넘겨주는 조금은 미끌한(?) 그릇을 기분좋게 헹구다가, 마지막 팬 하나만 다시 닦아달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후에, 그 분이 환경에 관심이 많은 분임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 또 설거지를 함께 한다면, 그 때는 넘겨주는 모든 식기를, 단 한 번의 '빠꾸' 없이 헹굴 생각이다. 둘 다 유쾌한 기분으로 끝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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