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2018년 11월 18일 일요일

inae choi
2018-11-20
조회수 541



사소한 것조차 실패하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맛집인데 음식이 맛없을 때

많은 돈을 지불했지만 머리가 마음에 안들 때

끌려서 산 책이 생각보다 별로일 때 

나에게 화살을 돌린다. 맛없는 식당이나 머리를 엉망으로 만든 미용사보다 나를 더 탓한다. 내가 조금 더 알았다면 실패를 안 하지 않았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늘 정보를 수집하고 돌다리를 두드리는 게 습관이다. 


요 며칠 치렁치렁한 긴 머리카락이 거슬렸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반삭할까였으니 말 다 했지 뭐. 싹둑 자르고 싶었지만 이 근방에 잘하는 미용실을 몰라서 내버려 뒀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끝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싶지 않았다. 실패해도 되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하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저질렀다. 봄에 있다가 무작정 뛰쳐나가 동네 이발소에 갔다. 아저씨는 손을 덜덜 떨면서 잘 잘리지도 않는 뻑뻑한 옛날 가위로 머리카락을 숭덩 숭덩 잘랐다. 길이도 안 맞고 삐뚤빼뚤 쥐 파먹은 머리. 평소라면 거울을 보고 엉엉 울었을 텐데 서럽지 않았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받아들여졌다. 왜일까 고작 7000원이어서? 인풋이 들어가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아마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분명한 건 내가 완벽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와도 좋은 부분을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머리를 예쁘다고 해주는 사람들 시선이 참 곱다. 


시작을 어려워하는 내가 여기서 마음껏 시도하고 마음껏 실패했으면 좋겠다. 한바탕 웃거나 울면서 다시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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